의욕 넘치는 게스트가 나오면 "그렇게 열심히 할 필요 없다. 그러면 집에 늦게 간다"며 웃음을 유발하는 설렁설렁 캐릭터는 그의 아이덴티티였다. 그런 그가 '개는 훌륭하다'에서는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변한다. 녹화가 길어지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신인의 자세로 배움에 임한다. 이경규는 '개는 훌륭하다'에서 여타 프로그램과 다른 캐릭터 포지셔닝 전략을 취한다. 출연 프로그램 대부분에서 최연장자로서 메인 롤을 도맡았던 이경규는 '개는 훌륭하다'에서만큼은 뒤로 물러나 강형욱의 도제로서 조력자를 자처한다.
'개는 훌륭하다'는 어디까지나 반려견과 반려인, 그들을 돕는 훈련사 강형욱이 중심이 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한 발짝 뒤로 물러났지만 '개는 훌륭하다'에서 이경규의 존재감은 절대 가볍지 않다. 그는 자신을 '개아빠'로 칭하는 반려인이다. 방송을 통해 알려진 두치와 뿌꾸 이외에도 여러 마리 반려견을 돌보고 있는 보호자다. 그래서인지 그는 강형욱도 놀랄 만큼 반려견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자랑하기도 하고, 때로는 같은 고충을 가진 보호자들의 상황에 공감하고 진지한 조언을 건넨다.
8월 10일 방송에서는 이경규가 기르는 반려견과 같은 종인 잉글리시 불도그 뚱이가 문제견으로 등장했고, 잉글리시 불도그 특성을 완벽하게 알고 있는 이경규는 직접 뚱이 훈련에 나섰다. '개는 훌륭하다'는 이경규의 의지로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열린 '개는 훌륭하다' 제작발표회에서 안소연 PD는 "이경규 씨를 우리가 섭외했다기보단 이경규 씨가 우리를 섭외한 것"이라며 "이경규 씨가 먼저 반려견 프로그램을 하고 싶어 했고 강형욱 훈련사와도 만나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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